결론적으로, 나는 2차 컬쳐핏 면접에서 불합격했다.
취업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서류 합격 연락을 받았은 곳이 슈퍼센트였다.
서류합격이지만 첫 합격 소식에 들뜬 것도 잠시, 과제 전형 안내를 받고 바로 과제 제작에 돌입했다.
슈퍼센트의 게임 중 일부 플레이가 담긴 영상이 있고, 해당 영상에 나온 기능들을 최대한 재현하는 과제였다.
특이한 것은 리소스 제작이나 과제 전반에 AI를 활용해도 되지만, 제작 과정에서 사용한 모든 프롬프트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업계 선배들에게 들었던 내용과 현저히 달랐다. 물론 그때는 AI가 현업에서 이렇게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지 않던 시기기 때문에 당연하겠지만.

과제 제작 전에, 나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지부터 고민했다.
구조를 잘 짜는 게 중요하다
이건 나를 가르쳐준 선생님도 하셨던 말이지만, 몇차례 게임 포트폴리오를 제작하고 2D 모바일 게임 <캣서바이벌>출시과정에서 나도 실감했던 말이다.
일단 객체지향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기본 원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데, 유니티 엔진을 사용하면서 객체지향의 4대 특징, 5대 원칙을 엄격히 지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첫 설계가 중요한 것 같다.
아무튼 확장에는 열려있고, 수정에는 닫혀있어야 한다는 개방폐쇄의 원칙에 따라 확장성 있는 설계를 위해서는 추상화가 필수적이다. 인터페이스과 상속을 잘 활용한 구조를 설계하기로 했다.
객체간의 소통은 의존성역전이 일어나지 않도록 느슨한 결합을 주기 위해 이벤트버스 패턴을 사용해보았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구조의 골조를 AI에 넣어 분석, 피드백을 받았고 브래인스토밍을 하며 전체적인 구조를 먼저 시각화 했다. 클래스 다이어그램을 AI가 매우 잘 그려서 머리속에 전체 구조를 먼저 개괄적으로 심어 두고 작업에 들어가니 구현하기 좋았다.
코드 생성은 개인적으로, AI에 맞기면 내 실력이 늘지 않는 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대한 혼자 구현해보려고 했다. 빠르게 트러블 슈팅을 해야하거나 물리 계산이 필요한 경우는 AI에게 예시 코드를 받았으나 한 줄도 내가 직접 치지 않은 코드는 없었다.
반성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이러한 부분이 슈퍼센트 또는 현재 캐주얼/하이퍼캐주얼 장르 회사들의 방향성과 맞지 않았을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른 제작과 구현, 데이터에 의한 검증. 높은 생산성을 위해 AI를 얼마나 도구로서 잘 활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증명. 이런 것들이 더 어필되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래머라면 기초 지식이 탄탄한 것은 당연하고, 개인의 성장을 위해 자기계발 하는 것 또한 당연한 소양일 것 같다. 현재 개발 프로세스에서 더 중요한 것은 위에서 말했던 능력인 것 같다. 나는 내가 '공부하는' 입장이라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내가 얼마나 빠르게, 생산성 도구로서 AI를 잘 활용해서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가'를 어필하는 데 약했던 것 같다.
나의 경우 AI 활용은 다음과 같이 하였다.
1. 영상에서 나온 3D 모델링을 이미지로 캡쳐 후, Mesh AI를 통해 3D 모델링으로 리소스 제작.
2. 영상에서 나온 버튼, 아이콘 등의 UI를 AI로 제작해 스프라이트로 사용.
3. 코드 구조 시각화 피드백, 트러블슈팅(디버깅)
결과는 과제 합격
그리고 바로 1차 테스트 + 면접을 준비해야 했다.
화상테스트+면접으로 이뤄졌고 30분은 문제를 풀고 30분은 면접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30분 면접은 문제에 대한 질의응답, 추가적인 기술 면접, 자기소개와 게임에 대한 관점을 물어봤다. 주로 기초가 얼마나 탄탄한지를 파악할 수 있는 문제로 구성되어 있었다. 풀지 못한 문제는 없었고, 전부 주관식이었다.
면접에서 내가 제출한 AI프롬프트, 자소서와 포트폴리오 등의 자료를 꼼꼼히 읽어보셨다는 인상을 받았다. 압박 면접도 아니었고 매우 편한 분위기 였다.
결과는 합격.

선배들이 컬쳐핏은 정말 이상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또는 회사의 지향성과 아주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면 붙는다고 해주셨다. 슈퍼센트에서 출시된 게임들을 10개는 해본 것 같다. 슈퍼센트라는 회사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하이퍼 캐주얼, 캐주얼 위주로 만들며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게임의 시장성 및 재미는 데이터로 검증해 디벨롭하는 문화를 가진 회사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캐주얼, 퍼즐, 하이퍼 캐주얼류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에 분석을 위함이기도 했지만 즐겁게 게임을 해보았다.
2차 면접은 CTO님과 1대 1 면접이었다.
30분 정도 진행이 되었는 데, 롯데타워 한 층을 통째로 쓰는 회사의 규모가 인상적이었다. 매우 크고 넓고 시설이 압도적으로 좋았다. 인사담당자분이 휴게 공간으로 안내해주셨는데, 휴게 공간도 한 군데가 아니었다.
컬쳐핏인데 CTO님과 진행하는 게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기술적인 부분과 견해를 물어보셨다.
AI를 코드 생성에도 사용했냐고 물어봤는 데, 이 부분에서 나는 실제로 너무 방어적이었던 것 같다. 공부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과제를 제작할 때나 개인 프로젝트를 할 때는 최대한 지양하려고 하고 더 좋은 구조를 위한 고민에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 쓰며 리소스 제작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대답했다.
역질문으로 회사에서 AI를 활용하는 방향을 물어보았는데, 매우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고 답변해주셨다. 이 부분에서 나와 컬쳐가 맞지 않는 다고 판단하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AI도 사용해봐야 늘기 때문이고, 이제는 AI를 생산성 도구로서 활용하지 못하는 리스크가 훨씬 크다고 하시며 미래에는 AI라는 단어도 사라질 것이라고 답변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
AI가 너무 당연한 것이 되어서 그 단어가 필요 없어질 것이라는 답변, 그리고 이제는 AI를 활용해 사람들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생산하는 '빌더'와 생산된 서비스를 사용하는 '유저'로 세상이 양분될 것 같다는 분석도 기억에 남았다.
2차에서 떨어지고 나니 매우 아쉬움이 컸지만,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더 보완해서 도전할 것이다.